카톡에서 'ㄱㄱ', 'ㅇㅋ'가 오가는 사이, 자동완성은 띄어쓰기를 대신 챙겨 줍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말들 속에서도 우리가 매일 막힘없이 읽고 쓰는 힘의 바탕에는 한글이 있습니다. 한글날이 다가오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세종대왕의 뜻을, 오늘 우리의 자판과 이어 보려 합니다.
이 글에서는 훈민정음이 태어난 이유와 원리, 28자에서 오늘의 24자로 이어진 변화, 10월 9일이 된 까닭, 그리고 자판에서 드러나는 한글의 구조적 강점을 중심으로 차분히 풀어갑니다.
목차
- 백성을 위한 문자, 세종대왕의 애민정신
- 한글의 창제 원리와 철학적 구조
- 자판에서 드러나는 한글의 강점
- 억압과 부활, 한글의 역사적 여정
- 국경일로서의 위상과 사회적 의미
- 디지털 시대, 한글의 새로운 과제
- 마무리 – 한글에 담긴 마음을 기억하며
- 참고한 자료와 더 읽을거리
백성을 위한 문자, 세종대왕의 애민정신
세종대왕은 1443년(세종 25년) 음력 12월에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1446년에 반포했습니다. 당시 문자인 한자가 너무 복잡하고 학습 장벽이 높아 일반 백성들이 배우기 어려웠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익히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문자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세종실록》 「훈민정음 창제 서문」에는 이런 세종의 의도와 철학이 잘 나타나 있으며, 집현전 학자들의 지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훈민정음 창제는 당대 지배층이 사용하던 한자 중심 문화를 정면으로 바꾸는 혁신이었기에 반발이 컸습니다. 최만리 등 일부 학자들은 ‘사대 질서를 벗어난 야만’이라는 논리로 반대 상소를 올렸지만, 세종은 굴하지 않았습니다.
한글의 창제 원리와 철학적 구조
훈민정음은 자음 17자, 모음 11자 총 28자로 출발했습니다. 자음은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뜬 기본자에서 가획해 파생 글자를 만들었고, 모음은 천(ㆍ, 하늘), 지(ㅡ, 땅), 인(ㅣ, 사람)의 삼재 원리를 기반으로 조합했습니다. 현대 한글은 일부 문자가 폐기되어 자음 14자, 모음 10자 총 24자를 사용하며, ㆍ(아래아), ㆆ(여린히읗), ㅿ(반시옷) 등이 사라졌습니다.
이 체계는 발음과 표기가 밀접히 일치해 학습이 쉽고, 모국어 습득뿐 아니라 외국인 학습자에게도 유리합니다. 언어학자 로버트 램지, 제프리 샘슨 등은 한글을 효율성과 과학성을 갖춘 독창적인 문자로 평가했습니다.
자판에서 드러나는 한글의 강점
두벌식 자판은 자음을 왼손, 모음을 오른손에 배치해 손의 자연스러운 교대를 유도합니다. 초성·중성·종성 구조와 맞물려 손이 번갈아 움직이며 속도와 정확성이 높아집니다. 타자 경진대회에서 한글 두벌식이 영문 쿼티보다 빠른 기록을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세벌식 자판은 초성·중성·종성을 분리해 배치하여 받침과 가획 입력이 단순합니다. 장문 작업에서 손목 부담이 적고 효율적이라 꾸준히 사랑받습니다.
한글은 합법적 자모 배열 순서가 정해져 있어 입력 즉시 하나의 음절로 결합됩니다. 현대 한글의 11,172개 음절이 유니코드에 배정되어, 다양한 기기와 운영체제에서 안정적이고 일관된 입력·표시가 가능합니다.
모바일에서도 효율적입니다. 천지인 자판은 세 개의 모음 키로 모든 모음을 만들고, 나랏글·단모음 자판 등은 화면 크기와 오타율을 고려했습니다. 한글은 영어보다 타수 대비 정보량이 많아, 같은 입력으로 더 많은 내용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자판 배열은 국가표준으로 제정되었으며, 일부 방식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권고안에도 반영되었습니다.
억압과 부활, 한글의 역사적 여정
훈민정음은 반포 후 여성과 평민 사이에서 ‘언문’으로 쓰였지만, 조선 후기 한문 중심 사회에서는 공적 사용이 줄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어 교육과 한글 신문 발행이 금지되는 등 탄압이 이어졌습니다. 주시경, 최현배, 이극로 등은 조선어학회를 통해 맞춤법과 표기법을 정립하며 한글을 지켰습니다.
광복 이후 한글은 교육·행정 전반에 확산되었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국제적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정보화 시대에 한글은 디지털 친화적 문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국경일로서의 위상과 사회적 의미
1940년 안동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면서 반포일 기록을 근거로 10월 9일이 한글날로 지정되었습니다. 1991년 공휴일에서 제외됐다가 2013년 복원되었습니다. 오늘날 한글날은 기념을 넘어 미래를 고민하는 날이 되었고, 전국 각지에서 전시·학술행사·디자인 공모전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립니다.
디지털 시대, 한글의 새로운 과제
디지털 환경은 한글 사용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자동완성, 음성 입력 등은 편리하지만, 띄어쓰기 오류·높임법 문제·의미 혼동 같은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검색창에서는 붙여쓰기 ‘한글날’과 띄어쓰기 ‘한 글날’이 혼재합니다.
이 때문에 문해력과 디지털 문식성 교육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국립국제교육원에 따르면 전 세계 한국어 학습자는 180개국 이상, 150만 명을 넘으며, 한글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마무리 – 한글에 담긴 마음을 기억하며
한글은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깃든 문자입니다. 올해 한글날에는 자판 위의 한 글자 한 글자에 담긴 마음을 떠올리며, 한글이 주는 따뜻함과 지혜를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참고한 자료와 더 읽을거리
《세종실록》, 《훈민정음 해례본》, 문화재청·국립한글박물관 자료, 유네스코 King Sejong Literacy Prize 안내, 국립국제교육원 통계, KS X 5002, 공병우 세벌식 문화사 자료, TTA 한글자판 표준, ITU E.161 권고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