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 들어가서 마이크를 잡는 순간, 혹시 리모컨이나 화면 구석의 로고를 먼저 확인해보신 적 있나요? 'KY'라고 적힌 금영 로고를 보면 "오늘은 발라드 데이네"라고 생각하고, 'TJ'라고 적힌 태진 로고를 보면 "댄스곡으로 가볼까?"라고 마음먹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 두 회사는 단순한 기기 제조업체가 아닙니다. 지난 30여 년간 우리나라 노래방 문화 자체를 만들어온 진짜 주인공들이에요. 그들의 경쟁 이야기 속에는 노래방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모든 답이 숨어있죠.
목차
- 1990년대, 룸 노래방 전성시대의 절대 강자
- 코인 노래방 시대, 게임 체인저의 등장
- 소리로 구분되는 두 회사의 철학
- 숫자로 보는 두 거인의 현재
- 코로나19가 바꾼 게임의 룰
- 노래방의 미래를 그리는 두 회사
- 경쟁이 만든 우리의 노래방 문화
1990년대, 룸 노래방 전성시대의 절대 강자
1990년대는 노래방 문화가 본격적으로 꽃피기 시작한 시대였습니다. 당시 노래방이라고 하면 넓은 방에서 여러 명이 함께 즐기는 '룸 노래방'이 전부였어요. 회식 후에 가는 2차, 친구들과의 모임,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까지, 노래방은 우리 일상에 완전히 자리 잡았죠.
이 시기의 절대 강자는 단연 금영엔터테인먼트였습니다. **공정위 2011년 보도자료(전년도 2010년 기준)**에 따르면 당시 노래방 반주기 시장에서 금영의 점유율이 무려 71%에 달했을 정도예요. 노래방 10곳 중 7곳이 금영 기기를 사용하고 있었던 셈이죠.
금영이 이렇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당시에는 지금처럼 개인이 짧게 이용하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이 몇 시간씩 함께 노래를 부르는 문화였기 때문에, 풍성하고 웅장한 사운드가 중요했어요. 금영의 묵직한 저음은 이런 분위기에 딱 맞았던 거죠.
코인 노래방 시대, 게임 체인저의 등장
그런데 2010년대 들어서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뀝니다. 작은 부스에서 혼자 또는 소수가 짧게 이용하는 코인 노래방이 급속히 확산하기 시작한 거예요. 이 변화는 단순히 방 크기가 작아진 것 이상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코인 노래방에서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기준들이 중요해졌어요. 작은 공간에서의 음향 품질, 빠른 신곡 업데이트, 쉽고 직관적인 조작법 같은 것들 말이죠. 특히 혼자 와서 부르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내 목소리가 더 잘 들리고 노래하기 편한 시스템이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태진미디어가 빠르게 치고 올라왔어요. 기존에 금영이 쌓아온 룸 노래방에서의 강력한 기반을 뒤흔들면서, 코인 노래방이라는 새로운 전장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간 거죠.
소리로 구분되는 두 회사의 철학
노래방을 자주 이용하는 분들이라면 금영과 태진의 차이를 귀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두 회사는 뚜렷하게 다른 사운드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이 평가는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갈리지만,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특징들이 있습니다. 다만 매장 세팅이나 스피커 배치, 마이크에 따라 체감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금영(KY)**은 묵직하고 풍부한 저음이 장점입니다. 이용자들 사이의 주관적인 평가에 따르면, 베이스가 두둑하게 깔리면서 소리 전체가 꽉 찬 느낌을 주죠. 그래서 발라드나 트로트, 록 발라드 같은 곡들을 부를 때 감정 표현이 더 잘 되는 것 같다는 평이 많아요. 특히 여러 명이 함께 부르는 '떼창'에서는 금영의 웅장한 사운드가 정말 빛을 발하죠.
반면 **태진(TJ)**은 깔끔하고 선명한 고음 처리가 돋보입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소리가 가볍고 청량해서 댄스곡이나 템포가 빠른 노래를 부를 때 리듬감이 살아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특히 노래방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반주가 깨끗해서 목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린다는 평가를 듣기도 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두 회사가 추구하는 제품 철학에서 비롯됩니다. 태진은 '보컬이 앞으로 걸려오는 사운드'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어요. 반주 지연을 최소화하고, 목소리 주파수 대역을 더 선명하게 처리하는 기술에 공을 들인 거죠. 반면 금영은 점주들이 관리하기 편한 원격 시스템이나 기존 장비와의 호환성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숫자로 보는 두 거인의 현재
코인 노래방 시대로 넘어오면서 두 회사의 사업 규모에도 큰 변화가 생겼어요. TJ미디어는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918.7억 원, 영업이익 46.6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회사 IR·전자공시 기준). 규모는 TJ가 크지만, 수익성은 연도·제품 믹스에 따라 변동 폭이 큽니다. 반면 비상장사인 금영엔터테인먼트는 정확한 수치 공개가 어렵지만, 업계 추정으로는 매출이 250억 원 안팎으로 보여져요.
두 회사는 돈을 버는 방식 자체가 달라요. 태진은 기기 판매와 콘텐츠 제공, 그리고 해외 수출까지 다양한 수익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분해는 반주기 38.11% / 반주기 음악 22.59% / 온라인 3.77% / 전자목차본 28.14% / 음원 IC 7.38%이며, 2024년 품목별 비중은 공식 분해치 공개가 제한적입니다. 특히 일본 수출 비중이 높아서 국내 시장 상황에 덜 휘둘린다는 장점도 있죠.
금영은 비상장사라 자세한 매출 구조가 공개되지 않지만, 과거 자료들을 보면 콘텐츠 매출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콘텐츠 사업은 한번 만들어놓으면 계속 수익이 나오는 구조라 수익성은 좋지만, 설치된 기기가 줄어들면 함께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험도 있어요.
코로나19가 바꾼 게임의 룰
코로나19는 노래방 업계 전체에 큰 충격을 주었지만, 역설적으로 코인 노래방에게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초기에는 영업제한으로 업계 전반이 큰 타격을 받았고, 해제 이후 비대면 결제·개별룸 선호가 커지며 코인 모델이 빠르게 안착했죠. 무인 시스템에 개인 공간이라는 특성이 방역 시대에 딱 맞아떨어진 거죠.
이 과정에서 태진은 코인 노래방 기기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어요. 증권 리포트(2023)에서는 코인 세그먼트 기준 95%+로 추정하기도 합니다. 다만 이는 공식 전수 통계가 아니므로 '추정'으로 표기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물론 이는 룸형 노래방이나 공공기관까지 포함한 전체 시장은 아니고, 지역에 따라서는 여전히 금영이 강한 곳들도 많아요.
하지만 전체적인 트렌드를 보면 코인 노래방의 성장과 함께 태진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된 것은 분명합니다.
노래방의 미래를 그리는 두 회사
두 회사의 경쟁은 이제 단순한 기기 성능을 넘어서 미래 기술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어요. 르노코리아 QM6·XM3(2023), 제네시스 G80 전동화(2024)에 TJ ‘자동차 노래방’ 앱이 탑재됐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집에서도 노래방 경험을 할 수 있는 홈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선보이고 있죠.
앞으로의 경쟁은 '3분 만에 얼마나 만족스러운 경험을 줄 수 있느냐'에서 갈릴 것 같습니다. 실시간으로 음정을 잡아주고, 개인 음색에 맞춰서 자동으로 믹싱해주고, AI가 노래 실력까지 코칭해주는 시대가 오고 있거든요. 노래방이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공간을 넘어서 나만의 작은 녹음 스튜디오가 되는 거죠.
VR과 AR 기술을 활용한 노래방도 현재는 시범 서비스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기기 가격·저작권 처리·현장 안정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좋아하는 가수와 함께 무대에 서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을지도 모르죠.
경쟁이 만든 우리의 노래방 문화
1990년대 룸 노래방 시대부터 지금의 코인 노래방까지, 이 모든 발전의 중심에는 금영과 태진의 끊임없는 경쟁이 있었습니다. 만약 한 회사가 독점했다면 지금처럼 다양하고 발전된 노래방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을까요?
두 회사가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지고 경쟁하면서, 우리는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더 좋은 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발라드를 부르고 싶을 때는 금영을, 댄스곡을 부르고 싶을 때는 태진을 찾는 노래방 마니아들의 취향도 이런 경쟁의 산물이죠. 두 거인의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더욱 재미있고 스마트한 노래방 문화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다음 글에서는 우리가 노래방에서 부르는 수많은 노래들이 어떻게 녹음되고, 반주와 영상은 어떻게 제작되는지, 그 제작 과정에 대해 파헤쳐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