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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알림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이유: 도파민과 소셜 미디어의 비밀

by 호기심도서관 2025.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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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리는 스마트폰을 든 채 손가락으로 화면을 쓸어 올립니다. 친구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내가 올린 사진에 달린 하트 숫자를 보며 뿌듯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혹시 방금 전 스마트폰 알림 창을 확인하지 않으셨나요? ‘좋아요’가 몇 개나 쌓였는지, 댓글은 달리지 않았는지 습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우리의 모습. 우리는 왜 이토록 디지털 세상의 작은 보상에 집착하게 된 걸까요?

단순한 심리적 만족을 넘어, 이 현상의 배후에는 우리 뇌가 만들어내는 강력한 보상 체계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작용 때문이죠. 오늘 ‘호기심 도서관’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가장 강력한 동기 중 하나인 ‘좋아요’와 우리 뇌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목차

도파민, 쾌락을 만드는 행복 물질일까?

우리는 흔히 도파민을 '행복 호르몬'이라고 부르지만, 이는 실제 역할과 조금 다릅니다. 도파민은 쾌락 그 자체를 느끼게 하기보다, **‘예상된 보상에 대한 기대’**를 높여 우리를 행동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 부여 물질에 가깝습니다. 즉, 즐거움의 느낌인 **'라이킹(Liking)'**과 보상을 얻고 싶어 하는 동기인 **'원팅(Wanting)'**은 부분적으로 다른 뇌 회로를 사용하며, 도파민은 주로 원팅에 깊이 관여합니다(Berridge & Robinson, 2016).

예를 들어, 배고플 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쾌감을 느낍니다. 이때 도파민은 쾌락 자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맛있는 음식을 다시 먹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거나 식당을 찾아가게 만드는 ‘기대감’을 만들어냅니다. 뇌는 보상을 예측하고 기대할 때, 그리고 예측과 실제 보상이 어긋나는 **‘보상 예측 오차 신호’**가 발생할 때 가장 강하게 반응합니다(Schultz, 1998). 바로 이 예측과 실제의 차이가 신호를 키우면서 다음 행동을 유도하는 메커니즘이 핵심입니다.

‘좋아요’의 불확실성이 만드는 간헐적 보상

그렇다면 SNS의 ‘좋아요’는 어떻게 우리 뇌의 도파민 회로를 자극하는 걸까요? 그 핵심에는 **'간헐적이고 불확실한 보상(Intermittent Reinforcement)'**이라는 심리 기제가 있습니다. 이는 행동에 대한 보상이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주어질 때, 그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하게 만드는 원리입니다. (간헐적 보상은 상황에 따라 변동비율·변동간격처럼 설명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어떤 게시물을 올렸을 때, 얼마나 많은 ‘좋아요’가 달릴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어떤 게시물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지만, 또 어떤 게시물은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죠. 바로 이 불확실성이 우리의 뇌를 더욱 자극합니다. 슬롯머신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보상 구조와 닮아 있어, 우리는 다음 확인에서 보상을 얻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피드를 새로고침하게 됩니다.

실제로 청소년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뇌 기능 자기공명영상(fMRI) 연구에 따르면, ‘좋아요’가 많이 달린 사진을 볼 때, 돈이나 초콜릿 같은 보상에 반응하는 뇌의 핵심 영역(측좌핵 등)이 강하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Sherman et al., 2016). 이처럼 ‘좋아요’는 단순한 버튼을 넘어, 우리의 뇌에 보상 신호로 처리될 수 있는 강력한 강화 신호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주의를 붙잡는 알고리즘의 설계

SNS 플랫폼의 디자인은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매우 잘 활용합니다. 참여 시간을 늘리도록 설계된 대표적인 사용자 경험(UX)이 바로 **'무한 스크롤(Infinite Scroll)'**입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피드를 내리다 보면, 언제쯤 흥미로운 게시물이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의 뇌는 이 불확실성 속에서 다음 ‘꿀잼’ 콘텐츠를 찾기 위해 스크롤을 멈추기 어려워집니다.

또한 '알림' 기능은 보상 신호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강력한 장치로 작동합니다. 누군가 나를 태그하거나, 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알림은 우리 뇌에 보상 신호로 처리되곤 합니다. 실험 과제에서 휴대폰 알림음만으로도 수행이 떨어졌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될 만큼(Stothart et al., 2015), 작은 진동이나 소리만으로도 우리의 주의를 앗아가고, 즉각적으로 확인하게 만듭니다.

과도한 사용이 가져오는 심리적 문제들

소셜 미디어의 과도한 사용은 단순히 습관적인 행동을 넘어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타인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압축해 보여주기 때문에, 우리는 쉽게 비교의 함정에 빠집니다. 기대한 만큼 반응을 얻지 못했을 때 스스로의 가치를 ‘좋아요’ 숫자로 재단하며 자존감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보상을 얻으려는 압박이 쌓이면 삶을 기록하기보다 ‘올릴 만한 장면’을 연출하는 데 에너지를 쓰게 되고, 그 과정에서 피로와 정서적 소모가 커집니다. 여기에 수시로 울리는 알림과 다음 보상에 대한 기대가 겹치면 주의가 자주 끊기고, 한 가지 일에 깊게 몰입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최근의 공중보건 권고는 소셜 미디어 사용과 관련해 이득과 위험이 공존하며, 청소년에게 충분히 안전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결을 유지하고 있습니다(APA, 2023).

'문제적 사용'에서 벗어나기 위한 현실적인 조언

SNS가 우리 삶에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적인 사용에 빠져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 알림을 통제하기: 불필요한 알림은 꺼두고, 중요한 알림은 하루 몇 차례로 묶어 확인해 보세요. 실제로 알림을 배치 처리했을 때 스트레스가 줄고 안녕감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 사용 시간 제한하기: 특정 앱의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기능을 활용하거나, 아예 하루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을 정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소셜 미디어 사용을 제한하거나 잠시 중단했을 때 외로움이나 우울감이 개선되고 주관적 행복감이 증가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 온라인 세상에서 벗어나기: SNS를 멀리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가져보세요. 온라인에서 벗어나 현실의 작은 즐거움을 찾아보는 것이 디지털 피로를 해소하고, 균형감을 되찾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단순한 버튼이 아닙니다. 뇌의 보상 신호를 증폭해 더 많은 반응을 구하도록 만드는 디지털 설계입니다. 이제 우리는 ‘좋아요’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응을 멈추고, 그 이면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를 이해해야 합니다.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겠지만, 우리의 뇌는 수십만 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소셜 미디어라는 새로운 환경에 놓인 우리 뇌를 이해하고, 건강하게 이용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

당신은 지금 소셜 미디어를 건강하게 사용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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