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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인증부품 의무화, 과연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

호기심도서관 2025. 8.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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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황: 논란 속 시행을 앞둔 개정안

2025년 8월 16일, 자동차보험 업계에 큰 변화가 시작됩니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개정되어 차량 사고나 고장 시 기존 순정부품(OEM) 대신 품질인증부품 사용이 우선 적용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행을 불과 2주여 앞둔 현재, 소비자와 정비업계의 반발 속에서 금융감독원이 조정 방안을 검토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

이번 개정의 핵심은 명확합니다. 보험사는 수리비 산정 시 품질인증부품 가격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며, 순정부품을 원할 경우 차주가 추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합니다.

품질인증부품은 순정부품과 성능과 품질이 동등하거나 유사하지만 가격이 약 35% 저렴한 부품으로, 국토교통부가 인증한 부품입니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대체부품을 선택하면 25%를 환급받을 수 있었으나, 이번 개정으로 우선 적용 체계가 되면서 이러한 환급 혜택은 사실상 의미를 잃게 되었습니다.

개정의 배경은 고가의 순정부품 위주 수리 관행이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수리비 절감 및 보험료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함입니다. 2025년 5월 기준 국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약 82.5%로 손익분기점(80%)을 넘는 상황이었습니다.

핵심 기관, KAPA(한국자동차부품협회)란?

https://www.i-kapa.org/ko

 

한국자동차부품협회 | KAPA

한국자동차부품협회는 대한민국 정부가 공인한 국내 유일의 자동차 대체부품 인증기관입니다.

www.i-kapa.org

 

이번 개정안의 핵심 축은 바로 한국자동차부품협회(Korea Auto Parts Association, KAPA)입니다. KAPA는 국토교통부로부터 품질인증부품 인증 관리 업무를 위탁받은 유일한 기관으로, 품질인증부품의 인증 절차 및 기준을 정립하고 심사·시험기관과 협력하여 인증서를 발급하며 사후관리를 수행합니다.

KAPA는 국내 자동차 부품 시장의 품질인증부품 인증 및 유통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고가 순정부품 의존도를 줄이고 비용 절감과 품질 관리를 통해 자동차 부품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현재 조직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준비 상황과 시행 체계

정부는 차량 충돌 실험 등 안전성 검증을 토대로 품질인증부품이 순정부품과 동등한 성능을 갖췄다고 판단하여 제도 도입을 추진해왔습니다.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 등 관계 기관이 협력하여 국산품 부품산업 활성화와 비용 절감을 핵심 목표로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인증 시스템은 KAPA가 중심이 되어 인증 절차와 품질 기준을 마련하고,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구축되었습니다. 보험사는 대체부품 사용을 이유로 무상수리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세부 규정도 마련되었습니다.

제기되는 주요 문제점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여러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1. 소비자 선택권 제한 논란

개정안은 순정부품 대신 품질인증부품 사용을 우선하도록 하여, 소비자가 우선적으로 인증부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 품질 및 안전성에 대한 우려

품질인증부품이 국토교통부와 KAPA의 인증을 받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인증부품의 내구성과 안전성, 자동차 성능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3. 자동차 가치 하락 문제

중고차 시장에서 인증부품 사용 차량의 감가가 커질 수 있다는 소비자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4. KAPA의 공정성 및 독점 구조 문제

KAPA는 인증기관이면서 동시에 부품 산업을 대표하는 단체로, 인증 업무와 산업계 이해관계가 집중되어 있어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KAPA가 유일한 품질인증기관으로 독점적 위치에 있어 경쟁 체계가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장의 반응

소비자 반응

소비자들은 품질인증부품 사용 우선화에 대해 선택권 제한, 인증부품의 품질 및 안전성 우려, 자동차 가치 하락에 대한 걱정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습니다. 청원24에는 개정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동의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비업계 반응

정비업계의 반응은 대체로 우려가 큽니다. 주요 걱정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실무상 순정부품만이 적합하거나 호환되는 부품이 적지 않아, 인증부품 우선 사용이 수리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인증부품 사용 후 발생하는 품질 문제나 고장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여 정비 현장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보험사 중심으로 수리 절차가 표준화되면서 소규모 정비업체의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정부 및 국회의 움직임

정부는 자동차보험 수리비 절감과 보험료 안정화를 목적으로 개정안을 추진해왔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와 정비업계의 반발 및 국민청원 등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면서 금융감독원은 대체부품 사용을 의무에서 사실상 선택사항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특히 순정부품만이 적합한 부품에 대한 예외 인정과 소비자 동의 절차 강화 등의 방안에 대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부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도 소비자 선택권과 품질 안전 문제 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와의 비교

해외 주요 국가들은 비OEM 부품 사용에 대해 소비자 선택권을 보다 폭넓게 보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비OEM 부품 사용 시 반드시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하며, 테네시주와 같은 일부 주에서는 서면 동의 없이는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말부터 '수리조항'을 도입해 소비자와 정비업체가 자유롭게 부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번 한국의 개정안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점에서 이러한 해외 사례와 차이를 보입니다.

앞으로의 전망

현재 상황을 종합해보면, 정부는 보험료 절감과 부품 시장 활성화 필요성을 근거로 품질인증부품 우선 사용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소비자와 정비업계, 일부 국회의원들의 우려를 반영하여 의무화 조항을 완화하거나 보완하는 방향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중재 역할을 하며 제도 시행 후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완전한 의무화보다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포함된 수정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핵심은 소비자 선택권 보장과 품질 안전성 확보, 그리고 투명한 인증 시스템 구축입니다. 이러한 과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제도 시행 후에도 지속적인 논란이 예상됩니다.

보험료 절감이라는 정책 목표는 의미가 있지만, 결국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고 안전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8월 16일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마지막까지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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