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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에너지 시리즈 4편] 원자력 발전, 친환경일까 위험일까

호기심도서관 2025. 8.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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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왜 지금 친환경 에너지로 바꿔야 할까? 화석연료 시대의 끝과 기후 위기의 해답
2편: 태양광과 풍력, 가장 앞선 재생에너지의 현재

3편: 수소와 바이오에너지,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의 가능성

어릴 적 밤하늘에 은은히 빛나는 발전소 불빛을 보며 저 불빛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 집 전기를 만들어줄까 궁금했던 기억,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친환경 에너지라 하면 흔히 태양광과 풍력을 떠올리지만, 여기에 ‘원자력’이 끼어드는 순간 이야기는 복잡해집니다. 배출이 거의 없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내놓는다는 장점이 있는 동시에, 대형 사고와 핵폐기물이라는 무거운 그늘도 함께 따라오기 때문이죠. 과연 원자력은 기후위기의 해답이 될까요, 아니면 끝내 지울 수 없는 위험일까요? 이 양면성을 이번 호기심 도서관에서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목차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전력원

원자력 발전은 우라늄 핵분열 반응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가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화석연료처럼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저탄소 에너지’로 분류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원자력이 1970년대 이후 약 60기가톤(Gt)의 탄소 배출을 피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합니다. 실제로 프랑스는 전력의 약 65~70%를 원자력에 의존하며, 탄소 배출량이 유럽 평균보다 낮습니다. 미국도 전체 전력의 약 19%를 원자력에서 얻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

원자력 발전의 또 다른 강점은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 전력 공급입니다.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간헐적인 특성이 없기 때문에, 기저 전원으로서 국가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자력은 전력 수급 불안정을 보완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됩니다. 한국전력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력 수요는 여름·겨울에 급증하는데, 원전은 이러한 피크 수요를 안정적으로 버텨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안전성과 사고 위험

하지만 원자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안전성입니다. 1986년 체르노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방사능 유출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환경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한국 역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핵폐기물 처리라는 난제

원자력 논쟁의 결은 결국 ‘사용후핵연료를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오래’ 보관하느냐로 모입니다. 사용후핵연료는 수만 년 동안 방사성을 띠기 때문에, 인류가 선택한 해법은 땅속 깊은 암반에 영구 격리하는 심층처분입니다. 가장 앞선 사례로 꼽히는 핀란드 올킬루오토의 ‘온칼로(ONKALO)’는 지표면에서 약 400~500미터 아래 화강암층을 파고 들어가 동굴을 만들고, 그 안에 구리 또는 철강 캔스터에 밀봉한 연료봉을 넣은 뒤 점토(벤토나이트)로 빈틈을 메우는 다중 장벽 개념을 적용합니다. 지질 안정성, 지하수 흐름, 장기간의 부식 가능성까지 시험하며 운영 승인을 준비하고 있고, 상업 가동이 시작되면 수세기에 걸쳐 모니터링과 관리가 이어집니다.

한국은 중·저준위 폐기물을 경주 방폐장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고준위 폐기물의 영구 처분 부지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기술적 타당성 못지않게 지역 수용성과 신뢰 구축이 관건이라는 점에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참여 절차 설계가 해결의 열쇠에 가깝습니다.

소형모듈원전(SMR), 미래 구세주일까 또 다른 모험일까?

최근 주목받는 차세대 기술은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입니다. 출력은 작지만 안전성을 높이고, 건설 기간(3~5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습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이 앞다퉈 개발 중이고 한국도 SMART형 SMR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력 생산 외에도 수소 생산이나 지역 열공급 등 다양한 활용 가능성이 기대됩니다.

그러나 SMR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미국 누스케일(NuScale)의 SMR 사업은 예상보다 높은 비용 문제로 2023년 취소되며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즉, SMR은 잠재력이 크지만 아직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국제사회의 선택, 원자력에 대한 엇갈린 시선

원자력은 분명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지만, 그 의미를 해석하는 방식은 국가마다 다릅니다. 유럽연합은 2022년 ‘EU 택소노미’에서 폐기물 관리 계획과 최신 안전 기준 충족 등을 조건으로 원자력을 친환경 투자 범주에 포함했습니다. 반면 독일은 탈원전을 마무리했고, 스위스도 단계적 감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영국, 한국은 전력 안정을 위해 원전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죠. 같은 목표를 향하지만 서로 다른 길을 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원자력이 가진 장점과 위험이 얼마나 팽팽한지를 보여줍니다.

한국의 현실과 선택

한국은 원전 비중이 약 30%로, 세계적인 원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 활용 확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추진 중이고, 체코·폴란드 등 해외 원전 수출 시장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 수용성 문제는 여전히 큰 걸림돌입니다. 삼척·경주 지역 사례처럼 주민 반발과 갈등이 반복되고 있으며, 사회적 합의와 안전 확보 없이는 원전 확대가 순항하기 어렵습니다.

경제성과 정책 지원

원자력은 초기 건설비가 막대하지만 가동 이후 연료비 비중이 낮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신규 원전의 균등화발전비용은 대략 kWh당 0.10~0.16달러로 추정되고, 태양광은 약 0.05달러/kWh, 육상풍력은 0.04~0.06달러/kWh 수준으로 제시됩니다. 건설 기간도 평균 7~10년 이상으로 재생에너지보다 훨씬 깁니다. 여기서 기억할 점은, 이러한 수치가 지역의 일조·풍황과 용량계수, 금융비용(금리), 규제·인허가 지연, 공급망 변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원자력은 연료비 변동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건설 리스크와 금융비용이 경제성을 좌우합니다. 반대로 재생에너지는 초기 투자와 계통 연계·저장 비용이 관건이죠. 따라서 경제성 논의에서는 ‘장기적 안정성’과 ‘사고·폐기물 비용’까지 함께 놓고 비교해야 합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의 최근 분석은 태양광과 풍력이 빠르게 가격 경쟁력을 넓혀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만약 원전 역할을 확대하려면, 보조금과 엄격한 안전 규제, 그리고 지역 사회에 대한 공정한 보상과 참여 모델이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원자력 발전은 친환경일까요, 아니면 위험할까요? 답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원자력은 탄소중립을 향한 강력한 옵션이지만, 동시에 안전성과 사회적 갈등, 경제성 논란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찬반의 이분법을 넘어,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을 찾는 일입니다. 원자력의 미래는 기술 발전과 사회적 합의, 그리고 정책적 균형 속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기술과 인프라, 그 뒷받침 요소들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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