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폭염이 이렇게 심한 이유는? - 열돔과 더블 고기압의 비밀
뜨거운 지구, 뜨거운 한반도
에어컨을 틀어도 시원하지 않고, 밖에 나가면 숨이 막힐 것 같은 더위. 2025년 여름, 우리는 정말 극단적인 폭염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2024년 여름철 평균기온 25.6℃, 연간 열대야일수 24.5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던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기록적인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죠.
스페인 남서부 일부 지역의 기온이 무려 46도까지 치솟아 60년 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고, 뉴욕, 텍사스 등 동부와 남부 전역에서 기온이 섭씨 37도 이상을 기록하는 가운데, 아스팔트 도로가 변형되거나 주차장 바닥이 꺼지는 사고까지 발생했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현재 대한민국도 북태평양 고기압과 고온다습한 공기의 영향으로 연일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더운 걸까요? 단순히 "올해 여름이 더 덥다"는 것 이상의 과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폭염의 진짜 정체를 파헤쳐보자
열돔(Heat Dome) - 하늘에 뚜껑이 생겼다?
요즘 폭염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열돔(Heat Dome)'** 현상입니다. 지상 5~7km 높이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반구 형태 지붕을 만들며 뜨거운 공기를 가둬 폭염을 일으키는 현상인데요.
거대한 투명한 돔이 우리 위를 덮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 돔 안에서 뜨거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려 하지만, 돔에 막혀서 다시 아래로 내려옵니다. 내려오면서 더 압축되고, 더 뜨거워지죠. 마치 돔처럼 공기를 가두고 그 안에서 자체적인 공기의 순환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최근 한반도 위 대류권 하층에는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상층에는 덥고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생겨 서로 겹치며 열돔을 이뤘습니다. 마치 이불을 두 장이나 덮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에요.
더블 고기압의 위력 - 한반도를 덮은 이중 뚜껑
한반도 폭염의 더 구체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두 개의 강력한 고기압이 우리를 덮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 북태평양 고기압 (하층 5~6km)
일본 남쪽에서 확장하는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 대기 하층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 고기압은 바다에서 온 습한 공기를 가져와서 찜통 같은 더위를 만들어냅니다.
2. 티베트 고기압 (상층 12km)
더 높은 대기 상층은 중국에서부터 확장한 고온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덮게 됩니다. 티베트 고기압은 해발고도 3~5km의 티베트 고원이 햇볕에 달궈지면서 발생합니다. 뜨거워진 공기가 부풀면서 점차 우리나라로 확장하는 거죠.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위에서 겹친 기압계는 우리나라에 폭염이 나타나는 전형적인 기압계입니다. 강한 햇볕 등에 의해 지상에 축적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쌓이는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제트기류 약화 - 지구의 에어컨이 고장 났다
그런데 왜 이런 고기압들이 움직이지 않고 계속 한 곳에 머물러 있을까요? 대기권과 성층권 사이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찬 공기와 따듯한 공기를 섞어주는 제트기류가 있습니다. 이 제트기류가 약해졌을 때 대기권에서 고기압이 발달하죠.
최근 지구온난화는 극지방 기온을 올려 적도와 기온 차이를 줄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적도에서 극지방으로 열을 전달하기 위한 공기 순환이 줄어들고 공기 흐름도 느려지게 되죠. 그 결과 제트 기류가 약해지고, 고기압이 정체되어 장시간 거의 움직이지 않는 '블록'을 형성합니다.
쉽게 말해, 지구의 자연 에어컨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거예요.
이 더위 언제까지 이어질까?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 열돔 현상은 7월 중순에 시작, 8월 중순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열돔 현상이 끝나려면 태풍과 같은 열대성 저기압이 다가와 고기압을 밀어내야 하는데, 문제는 태풍이 우리나라를 관통하지 않고 주변을 통과하면서 열대 수증기를 밀어 넣어 더위를 부채질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번 7월 말에는 7,8호 태풍에 의해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기도 했죠.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폭염 대응이 생존의 문제
사실 폭염은 그 어떤 자연재해보다 많은 사람을 희생시키는 소리 없는 킬러입니다. 태풍과 호우에 의한 인명 피해보다 3배 이상 많은 사상자가 나옵니다. 7월 30일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감시체계에 의하면 5월15일부터 전날까지 온열질환자는 2768명, 사망자는 1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개인 차원의 대응 방법
기상청에서 권하는 폭염 대응 행동요령
- **충분한 수분 섭취**: 목이 마르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물 마시기
- **외출 자제**: 오전 10시~오후 5시 사이 야외활동 피하기
- **무더위 쉼터 이용**: 지역 내 냉방시설이 있는 공공장소 활용
- **가벼운 옷차림**: 밝은 색상의 통풍이 잘 되는 옷 입기
장기적 해결책
열돔 현상에 대응하는 방안으로는 대략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1. **대체에너지 개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대체에너지를 개발해 온실가스를 줄임으로써 열돔 현상을 예방
2. **에너지와 자원 절약**: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막기 위해, 에너지와 각종 자원 사용을 줄이는 것
3. **도심 숲 조성**: 도시 내 숲은 한낮 평균 기온을 떨어뜨리고 습도를 올리는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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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더위가 단순히 "올해가 좀 더 덥네"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걸 이제 이해하셨나요? 열돔과 더블 고기압, 그리고 제트기류 약화까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만든 '완벽한 폭염 레시피'인 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철저한 더위 대비를 하고, 사회적으로는 기후변화 대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오늘부터라도 에너지를 아끼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실천들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미래의 여름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덜 뜨거워지기를 바라며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