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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폭우,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일상인가

호기심도서관 2025. 8.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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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인근 도심이 순식간에 물에 잠긴 어느 날, 한 남성이 침수된 차량 천장에 앉아 폰을 보는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폭우 피해 침수피해 사진

얼핏 보면 웃픈 장면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도심 한가운데서 벌어진 위급 상황의 단면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침수 앞에서 누구나 무력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주며, 더는 이런 풍경이 낯설지 않다는 현실을 일깨워줍니다.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뉴스 화면에는 무릎까지 차오른 물에 발이 묶인 차량들, 침수된 상가와 반지하 주택, 그리고 우산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폭우 속을 헤매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깁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또 홍수야?', '왜 매년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 걸까?'

이제는 여름철의 자연재해가 아니라 일상이 되어버린 듯한 폭우와 홍수. 정말 우리는 이 피해를 피할 수 없는 걸까요? 홍수는 왜 발생하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달라진 비의 패턴, 집중호우가 일상이 되다

폭우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기상청 기준으로 시간당 30mm 이상의 강수는 '폭우', 50mm 이상은 '매우 강한 폭우'로 분류됩니다. 과거에는 드물었던 폭우가 최근에는 여름철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예전의 장마는 며칠간 고르게 내리는 비가 특징이었지만, 지금은 오랜 가뭄 끝에 하루 이틀 사이 국지적 폭우가 쏟아지는 형태로 바뀌고 있습니다. 좁은 지역에 단시간 동안 집중되는 '국지성 집중호우'는 피해 규모는 작아도 강도는 훨씬 더 큽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기후 변화가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대기 중 수증기량이 증가하면서 비구름이 더 강하게, 빠르게 생성됩니다. 여름철의 고온다습한 기후는 응결을 촉진시켜,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비를 쏟아붓게 만듭니다.

반복되는 피해, 무력한 도시

폭우로 인한 피해는 단지 불편함을 넘어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차량 한 대가 침수되면 수리비는 수백만 원에 달하고, 전손 처리될 경우 수천만 원의 손실로 이어집니다. 상가나 주택이 침수되면 내부 시설 교체, 전기·가전제품 손상, 영업 손실 등이 더해져 피해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2023년 서울 신림동 침수 사고 당시에도 피해를 입은 차량과 주택 수십 건이 보험 처리 대상이 되었으며, 개별 가구당 복구 비용이 수천만 원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강력해진 폭우는 매년 반복되는 침수 피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3년 7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발생한 침수 사고는 두 명의 인명 피해로 이어졌으며, 이후 반지하 주택 거주에 대한 안전 논의가 사회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같은 해 대전에서는 폭우로 인해 지하차도 내 차량 15대가 고립되고, 시민 3명이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도시에서는 배수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기존 하수관로는 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로 위로 넘쳐납니다. 저지대와 반지하 주택은 대응 여력 없이 순식간에 침수되고 말지요.

왜 우리 도시는 이렇게 취약할까

도시 침수의 가장 큰 원인은 인프라의 설계 한계입니다. 우리 하수도는 과거 강우 패턴에 맞춰 설계되었기에, 현재처럼 강하고 짧은 집중호우에는 대응력이 떨어집니다. 설계 기준을 넘어서는 비가 쏟아지면 배수관로는 역류하거나 넘치게 됩니다.

게다가 생활 속 부주의도 문제를 키웁니다. 하수구에 버려진 담배꽁초나 쓰레기, 낙엽 등이 배수로를 막고, 일부 시민은 악취나 공간 확보를 이유로 하수구 위를 덮기도 합니다. 이런 행위는 폭우 시 물이 빠지지 못하게 만들어 피해를 더욱 키우게 됩니다.

노후된 펌프장, 좁은 하수관, 저지대 위주의 도시 구조 역시 구조적인 취약성을 보입니다. 도시화로 불투수면적이 증가하면서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 틈조차 줄어들었고, 이는 곧 배수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도로 대부분이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어 빗물을 지하로 흡수하지 못하고 표면 유출이 심화됩니다. 평상시에는 편리함을 주는 포장도로가, 집중호우 시에는 오히려 침수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입니다.

정부의 대응과 과제

또 다른 사례로는 2024년 8월, 인천 남동구 지역에서 하수관로 용량 부족과 빗물받이 막힘으로 인해 인근 상가 20여 곳이 침수되었으며, 이에 따른 재산 피해가 12억 원 이상 발생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반복적 피해는 도시 인프라 개선의 시급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습니다.

정부는 상습 침수지역을 대상으로 하수관로 확장, 펌프장 신설, 맨홀 안전 강화 등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도 하수구 준설, 빗물받이 청소, 침수 예보 시스템을 운영하며 사전 대응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임시 대응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도시 전반의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입니다.

해외에서 배우는 해법

중국 선전시는 폭우가 내릴 때 보도 블록 사이로 물이 스며들 수 있도록 투수성 포장재를 설치하고, 저지대에는 빗물 정원(rain garden)과 인공 습지를 도입해 자연스럽게 배수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2021년 폭우 당시 도심 주요 지역의 침수 피해를 크게 줄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 외곽의 G-Cans 지하 배수 터널은 깊이 65m, 길이 6.4km 규모로 설계되어 있으며, 최대 670만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어,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가 일본을 강타했을 때도 도시 침수를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해외 여러 도시는 자연을 활용한 해법으로 홍수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스펀지 도시' 개념을 도입해, 도시 전체가 물을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는 거대한 지하 배수터널(G-Cans)을 만들어 폭우를 지하로 유도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는 고속도로와 배수시설을 겸하는 SMART 터널로 실시간 대응을 가능케 했습니다.

미국 뉴욕은 도시 내 습지와 수로를 연결한 '블루벨트' 시스템으로 자연스럽게 빗물을 분산시켜 수해를 줄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연 기반 인프라는 지속 가능하면서도 효과적인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방향

또한 침수 상습 지역 주민 이주 지원, 재난 보험 확대, 건축 제한 등 사회적 안전망 강화도 함께 고려돼야 합니다.

기술과 정책이 앞서가는 만큼, 도시 생존을 위한 전략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특히 기존의 불투수 포장도로를 대체할 수 있는 '투수성 포장재' 도입, 도시 내 습지 복원, 침수 위험 반영 도시계획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더불어 시민의 역할도 함께 강조돼야 합니다. 재난 관련 정보를 정확히 인식하고 빠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시민 대상 방재 훈련과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실시간 침수 경보 앱 활용, 주민 참여형 커뮤니티 기반 대응 체계 구축 등도 시민이 재난 대응의 주체로서 기능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또한 사회적 안전망도 함께 구축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침수 상습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이주 지원 정책, 반지하 주택 거주자 보호 대책, 재난 보험과 보상 체계의 정비도 병행돼야 합니다. 도시개발 단계에서부터 빗물 저류 공간 확보를 의무화하고, 침수 취약지에 대한 건축 제한을 법제화하는 등 장기적인 도시 설계 혁신도 필요합니다.

기술과 정책이 앞서가는 만큼, 도시 생존을 위한 전략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투수성 포장재, 도시 습지 복원, 침수 위험 반영 설계 등은 도시의 회복력을 높이는 실질적 해법입니다.

더불어 실시간 침수 경보 앱, 시민 대상 재난 대응 교육, 반지하 주거지 정보 고지 등도 병행돼야 하며, 비상 시 차량 통제 구역 설정과 같은 생활 밀착형 대책도 현실화해야 합니다.

작은 실천에서 시작되는 큰 변화

일상 속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침수 예보가 내려졌을 때는 차량 운행을 자제하고, 지하차도나 반지하 주택 등 침수 위험 지역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스마트폰에 재난 알림 앱을 설치하고, 가족 단위의 대피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도시 전체의 구조 개선도 중요하지만, 시민 개인의 실천도 빠질 수 없습니다. 하수구에 쓰레기나 담배꽁초, 낙엽 등을 버리지 않는 작은 습관이 폭우 시 배수 기능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정부는 데이터 기반의 재난 예측 기술을 강화하고, 인프라 개선에 투자해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맞춤형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시민과의 소통을 통해 실질적인 방재력을 높여야 합니다. 시민은 침수 예보에 귀 기울이고, 재난에 대한 경각심과 행동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제 폭우와 홍수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준비할 수 있습니다. 개인과 정부,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해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비가 오는 날이 반드시 위험한 날이 되지 않도록, 지금부터 우리의 일상 속에서 변화가 시작돼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기상청이 왜 자꾸 틀리게 됐는지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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