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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왜 자꾸 틀릴까? 2025년 여름까지 짚어본 예보 정확도 저하의 이유

호기심도서관 2025. 8. 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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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로고

"비 온다더니 해 떴네?", "우산 챙기랬다가 괜히 짐만 됐어요." 한두 번쯤은 우산을 괜히 챙겼다가, 혹은 안 챙겼다가 낭패를 본 적 있으실 거예요. 요즘처럼 날씨 변화가 극심한 여름이면, 기상청에 대한 불신이 부쩍 커지는 걸 느낍니다. 정말 기상청이 갈수록 예보를 못 맞히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날씨를 너무 완벽하게 맞히길 기대하고 있는 걸까요?

기상청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https://www.weather.go.kr/w/index.do

 

기상청 날씨누리

기상청 날씨누리

www.weather.go.kr

 

기상청이 하는 일을 한마디로 말하면, 지구 전체의 대기를 24시간 내내 감시하고 분석해서 미래의 날씨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전국에 설치된 수백 개의 관측소에서는 매 시간마다 기온과 습도, 기압과 바람을 측정하고, 하늘 위 36,000km 상공의 기상위성은 구름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촬영합니다.

이렇게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가 모이는 곳이 바로 '수치예보모델'입니다. 이는 대기의 움직임을 수학 공식으로 계산해내는 거대한 컴퓨터 시스템으로, 공기 입자 하나하나가 온도와 압력에 따라 어떻게 움직일지를 물리법칙에 따라 예측합니다.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KIM(Korea Integrated Model)'이라는 순수 국산 예보모델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런 전지구 규모의 모델을 독자 개발해 운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단 9개국뿐입니다.

날씨 예보는 왜 자주 틀리는 걸까요?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4년 여름 기상청의 하루 전 강수 예보 정확도는 평균 69.2%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는 2022년 여름 92.4%와 비교하면 무려 20%포인트 이상 하락한 수치였죠. 2025년 들어서도 강수 예보 정확도는 여전히 63~75% 범위에서 변동하고 있어, 아직 완전한 회복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정확도가 일시적으로나마 크게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비의 성격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장마철에는 전선이 한반도 전체를 덮으면서 넓은 지역에 고르게 비가 내렸지만, 지금은 서울 강남구에서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는데 한강을 사이에 둔 마포구는 파란 하늘인 경우가 생깁니다. 이런 '국지성 집중호우'는 직경이 5~10km 정도에 불과해서, 현재 관측망의 해상도로는 미리 포착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실제로 2025년 7월 중순 집중호우에서도 이런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광주에는 하루에 426mm가 넘는 비가 쏟아졌는데, 이는 서울 연간 강수량의 약 30%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입니다. 전국적으로 수천 명이 대피하고 인명 피해도 발생했습니다만 예보에서는 "강한 비"라는 일반적 표현에 그쳤고 정확한 시간과 장소, 강도를 미리 예측하지는 못했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과거 30년간의 기상 패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예보 모델이, 최근 급변하는 기후 현상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후변화로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대기 중 수증기량이 급격히 증가했고, 이는 대기를 극도로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체감 정확도가 더 낮은 이유

그런데 흥미롭게도 기상청의 공식 통계를 보면, 강수 유무에 대한 전체 예보 적중률은 최근 수년간 88~92%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시민들이 "기상청은 맨날 틀린다"라고 느끼는 걸까요?

이는 사람이 예보가 틀렸던 사례는 오래 기억하고, 맞았던 사례는 쉽게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존 믿음을 뒷받침하는 사례들을 더 잘 기억하고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요. 예보가 정확했던 열 번의 경험보다, 우산을 챙겼는데 비가 오지 않았던 한 번의 경험이 훨씬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거죠.

또한 현재 기상청의 예보 평가 방식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비가 올 확률 70%"라는 예보에서 실제로 비가 오지 않으면, 통계적으로는 30%의 확률 안에 포함되는 정상적인 결과지만 시민들에게는 "틀렸다"는 인상을 남기게 됩니다. 현재 평가 기준은 주로 '비가 오느냐 안 오느냐'에 집중되어 있어서, 실생활에서 더 중요한 "언제부터 언제까지, 얼마나 강하게, 정확히 어느 동네에" 내릴지에 대한 정확도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더 정확할까요?

세계 기상예보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입니다. 유럽 34개국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이 기관은 지구 전체를 9km 격자로 나누어 분석하는 초고해상도 시스템을 운영하며, 특히 3~10일 중기예보에서 압도적인 정확도를 보여줍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GFS 모델은 6시간마다 업데이트되는 속도와 16일까지의 장기예보 능력으로, 일본 기상청의 JMA 모델은 아시아 지역 태풍 예보에서 각각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KIM 모델은 국제 기상 연구기관 평가에서 세계 상위 10위권 내의 우수한 성능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국지적 강수나 시간별 세밀한 예보에서는 아직 선진 모델들과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ECMWF가 "오후 2시경 강남역 일대에 시간당 50mm의 비"라고 정확히 예측할 때, KIM은 "오후 서울 남부지역에 강한 비" 정도의 예보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상청의 대응과 한계

기상청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반의 새로운 예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고, 2024년부터는 기존의 단순한 '맞았다 틀렸다' 평가에서 벗어나 예보의 정밀도까지 세밀하게 분석하는 새로운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동네예보의 공간해상도도 기존 5km에서 1km로 세분화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2025년 들어서는 예보 정확도가 다시 90% 가까운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한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날씨는 본질적으로 '카오스 시스템'으로, 아주 작은 초기 조건의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허창회 교수는 "현재 상황은 기상청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변화에 우리 사회 전체가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날씨 예보에 대한 관점의 전환입니다. '맞았냐 틀렸냐'를 따지기보다는, '얼마나 합리적인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주었는가'로 평가의 기준을 바꿔보는 것이죠. "비가 올 확률 70%"라는 예보를 우산을 챙기라는 조언으로 받아들이고, 여러 기상 정보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현명합니다.

무엇보다 극한기상이 일상화된 시대에는 "언제든지 갑작스럽고 강한 기상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제하에 평소 대비책을 마련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출근길엔 기상청 예보와 함께 레이더 앱을 한 번 확인해보는 습관만으로도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어요.

결국 날씨와 인간의 관계는 정복과 예측의 관계가 아니라 적응과 공존의 관계입니다. 변화무쌍한 자연 현상의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지혜를 키워나간다면, 우리는 더 안전하고 현명한 방식으로 날씨와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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